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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브리핑불편한진실]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지목한 ‘킹핀이론’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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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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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백/이국명기자 smart100@]

오랜만에 재미난 이야기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우거진 산림으로 유명한 캐나다에서는 벌목이 아직도 중요한 산업입니다. 무려 10미터가 넘는 나무를 벌목공들이 거침없이 베어내는 모습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장관이죠. 그런데 더 놀라운 장면도 있다고 합니다. 뭘까요? 바로 수백 그루에 달하는 통나무를 한꺼번에 운반하는 모습이죠. 어떻게 운반할까요. 대형 트럭을 이용할까요. 아니죠. 이들은 아직도 베어낸 나무를 강물에 실어 목재소로 보냅니다. 흐르는 강물을 이용해 수백 그루의 통나무를 운반하는 모습은 묘기에 가깝죠. 그런데 잘 내려가던 목재들이 강폭에 좁아지는 지점에 이르면 간혹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유속이 빨라지면서 통나무들이 서로 병목현상을 일으키는 것이죠. 도로 폭이 좁아지는 곳에서 교통정체가 발생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를 일컫는 전문용어가 있습니다. 바로 ‘로그잼’이라고 합니다.

 

로그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백 톤에 달하는 통나무를 일일이 떼어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이 때문에 초보 벌목공들이 이런 상황을 만나며 당황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수십년 경력의 노력한 벌목공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죠. 이들은 수 백개의 나무사이를 오가며 살핀 후 통나무 하나를 골라냅니다. 그러고서는 이 통나무를 인정사정 보지 않고 냅다 치기 시작합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이 통나무를 로그잼을 일으키는 원인이기 때문입니다. 노력한 벌목공이 이렇게 통나무 한 개를 치우면 신기하게도 나머지 통나무까지 스르르 풀려버린다고 합니다. 차 하나만 치워도 병목현상이 저절로 풀리는 것처럼 말이죠. 캐나다 벌목공들은 이렇게 로그잼을 일으키는 통나무를 특별한 용어로 부릅니다. 바로 ‘킹핀’입니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도 킹핀과 관련된 재미난 일화도 소개하겠습니다. 세계 최초의 대량생산 자동차인 모델T로 효율성 혁명을 일으켰던 포드가 하루는 직원들이 폐차장으로 보냈습니다. 폐차된 모델T의 부품 상태를 조사하라는 것이죠. 직원들이 조사한 결과, 차축, 브레이크, 피스톤 등 거의 모든 부품들이 노후상태로 나타났죠. 수명을 다할 때까지 운행했던 차였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이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예외적인 부품이 있었던 것이죠. 바로 앞 차축과 차체를 연결하는 세로 볼트였습니다. 폐차를 당할 정도로 오래된 자동차에 있었던 세로 볼트였는데도 너무나 생생했던 것이죠. 직원들은 바로 포드에게 보고했습니다. 폐차에서 나온 모든 부품에 이상이 있었는데도 세로 볼트만은 예외였다고요. 직원들은 세로볼트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기까지 했습니다. 보고를 받은 포드는 당장 세로볼트 담당자를 불렀다고 합니다. 상을 주려했을까요. 그런데 놀랍게도 포드는 담당자에게 이렇게 지시했다고 합니다. 앞으로 세로볼트를 생산하는데 비용을 줄여라. 품질을 낮추라고 지시한 것이죠. 세로볼트를 만드는 데 과도한 공을 들인 나머지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바로 이 세로볼트도 자동차업계에서는 킹핀이라고 불립니다.

 

이미 눈치채신 분들도 많을 테지만 오늘의 키워드는 바로 킹핀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뜬금없이 왜 킹핀이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 이유가 있죠. 지난 9일 임명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자주 언급하는 경제이론이 바로 ‘킹핀 이론’이기 때문입니다. 김 부총리는 아주대 총장시절이던 두달여전 기획재정부 간부를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킹핀 이론’을 소개해 화제가 되고 했습니다. 또 지난달 출간한 에세이 ‘있는 자리 흩트리기’에서도 ‘킹핀 이론’이 자세히 나와 있죠.

 

그럼 김 부총리가 이야기하는 킹핀 이론은 뭘까요. 우선 킹핀의 정확한 유래부터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던 벌목공이나 헨리포드가 만든 말이 아니기 때문이죠. 그럼 어디서 왔을까요. 놀랍게도 볼링입니다.

 

볼링 게임에서 10개의 핀을 모두 쓰러뜨려 스트라이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볼링 하수들은 가장 앞에 보이는 1번 핀을 노립니다. 1번 핀만 쓰러뜨리면 뒤에 있는 핀들도 연쇄적으로 쓰려질 것이라 생각하죠. 하지만 막상해보면 1번 핀이 쓰려졌는데도 스트라이크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볼링 핀들이 앞의 핀이 쓰러지는 영향에서 살짝 벗어나게 서있는 탓입니다. 이 때문에 양쪽 가장자리의 핀이 남는 최악의 경우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볼링 고수들을 보면 1번 핀을 노리지 않습니다. 그들이 노리는 핀은 놀랍게도 세번째 줄 가운데에 숨어있는 5번입니다. 5번 핀을 쓰러뜨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번 핀을 정면으로 맞히는 것이 아닌 1번 핀과 3번 핀 사이를 노려야 합니다. 그래서 고수들은 직선이 아닌 커브를 그리며 던지는 것이죠. 이 5번 핀만 쓰러드리면 주변 공에 가장 큰 연계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스트라이크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5번 핀을 볼링에서는 킹핀이라고 부릅니다.

 

경영학에서도 눈 앞에 보이는 1번 핀과 같은 뻔한 목표가 아닌 5번 핀과 같은 ‘킹핀’을 공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를 공략하는 것이 성과 창출의 해법이 된다는 설명이죠. 이른바 이것이 ‘킹핀 이론’입니다.

 

김 부총리가 주창하는 킹핀 이론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눈앞에 보이는 1번 핀인 저성장에만 집중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지금까지 경제 정책은 저성장 문제만 해결하면 낙수효과로 인해 다른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생각해 왔죠.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도 감세로 인해 기업들이 성장하게 되면 낙수효과가 발생한다고 국민들에게 선전해왔죠. 하지만 결과는 여러분들이 다 알고 있는 바입니다.

 

그럼 김 부총리가 지목하는 5번 핀인 킹핀은 무엇일까요. 바로 사회보상체계입니다. 좀 어렵죠. 차근차근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사회보상체계는 우리 사회가 어떤 노력과 어떤 길에 더 많은 보상을 해주는지 결정하는 것을 뜻합니다. 누가 더 가져가고 덜 가져가느냐 문제죠.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사회보상체계의 왜곡이 심합니다. 우리 사회의 계층 간 사다리가 없어진 이유가 바로 왜곡된 사회보장체계 때문이라는 설명이죠.

 

그럼 사회보상체계가 왜곡된 이유가 뭘까요. 놀랍게도 김 부총리는 교육을 지적합니다. 교육에 대한 지나친 보상이 사회보상체계를 왜곡 시키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우리사회에서는 좋은 학교 나오고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취업하면 많은 보상을 받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열심히 공부해 명문대를 졸업해야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에 입사할 수 있고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죠. 소위 출세길이 열렸다고 표현하죠.

 

그런데 이런 보상이 과연 정당할까요. 물론 열심히 공부하고 입사 준비를 한 사람이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보상 때문에 우리사회 성공이 획일화된다는 점입니다. 명문대나 특정학과, 특정 직업·직종을 갖지 못하는 사람은 모두 실패자로 낙인찍히게 된다는 말이죠. 소수의 엘리트가 성공을 과점하는 모습이 과연 정상적일까요. 발전적일까요. 이렇게 성공이 획일화되기 때문에 일등만 기억되는 사회로 변질돼 많은 사람들이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있게 된다고 김 부총리는 지적합니다.

 

물론 과거에는 교육 덕분에 경제가 발전했고 계층 이동도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교육이 부와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명문대나 대기업 출신 부모를 둔 학생들이 또다시 명문대 합격을 휩쓸고 있죠. 소위 개천에서 용 나는 것을 더 이상 꿈꾸기 힘들어졌다는 말입니다. 사회가 이렇게 경직되다 보니 우리 사회에서의 성공은 대기업, 공무원, 고시 등으로 점점 한정되고 있습니다. 계층의 사다리가 치워진지도 오래고요. ‘돈이 실력이고 부자 엄마가 스펙’이라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젊은층 사이에 만연합니다. 로마 말기나 조선 후기를 보는 듯이 답답할 정도죠. 이런 사회에서 창의성이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이같은 왜곡 때문에 과도한 입시 교육, 비정규직 문제,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등과 같은 불합리가 우리사회에 만연하게 됩니다. 나름 일리 있는 지적 아닌가요.

 

이런 상황에서 공공일자리 확충이나 인재 육성만으로는 곪을 대로 곪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김 부총리는 주장합니다. 이런 것은 1번 핀을 노리는 하수라는 설명이죠. 그럼 킹핀인 5번 핀을 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왜곡된 사회보장체계를 바로 노려야 한다고 김 부총리는 주장하죠.

 

우선 고시제도와 정부 임용 제도를 손보고, 법조인, 의사 등 집단 이기주의에 빠지기 쉬운 자격증의 인력 공급을 크게 늘려야 한다고 김부총리는 강조합니다. 자격증만 한번 취득하면 이후 별다른 노력없이도 평생 먹고 사는 불합리를 없애야 한다는 이야기죠. 명문대→대기업·공기업→상류층으로 이어지는 ‘승자 독식’인 사회보상체계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죠. 벌목공의 로그잼 원인, 헨리포드가 비효율로 지적했던 세로볼트였던 킹핀이 바로 고시와 임용제도, 자격증이라는 지적입니다.

 

또 노동의 초과 이윤이 발생하는 곳의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보상이 적정한지, 격차가 합리적인지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재벌 총수와 기업 임원들의 과도한 보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합당한 지를 따져야 한다는 이야기죠.

 

특히 이런 일들이 제대로 진행되기 위해선 그동안 보상체계 결정에서 소외돼 있었던 청년, 자영업자, 중소기업, 농민, 학부모 등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고 김 부총리는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민소환제·국민발안제 도입과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된 사외이사제도, 제대로 된 주주소송제 마련 등 제도 개선방안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죠.

 

김 부총리는 승자독식이라는 왜곡된 사회보장체계 때문에 벌어지는 약탈적인 착취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주장합니다. 이래야 다양성이 중시되는 눈앞에 닥친 4차 산업혁명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는 대기업 중심의 성장보다 국민소득 확대를 중심으로 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철학 ‘제이노믹스’와도 일맥상통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죠.

 

김 부총리의 ‘킹핀 이론’이 국민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는 또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바로 입지전적인 그의 배경 때문이죠. 소년가장이었던 김 부총리는 청계천 무허가 판잣집과 천막촌 생활을 전전하며 덕수상고를 다녔고,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졸업도 하기 전 은행에 취직해 야간대학인 국제대학(현 서경대학교)을 다녔습니다.

 

‘세상 누구를 지금의 내 자리에 데려다놓아도 더 열심히 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각오로 주경야독한 끝에, 25살이 되던 해 행정고시와 입법고시에 동시 합격했죠. 하지만 경제기획원(기재부) 출근 첫날부터 “요즘 별 희한한 학교 출신도 고시에 붙네”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죠.

 

하지만 김 부총리는 실력으로 비아냥을 이겨냈습니다. 명문대 출신이 대부분인 기획재정부에서 학연이 없었음에도 능력을 인정받아 역대 모든 정부에서 중용됐죠. 노무현 정부 땐 한국의 중장기 목표와 전략을 담은 ‘비전2030’ 작성에 힘을 보탰고, 이명박 정부 땐 금융위기 극복에 기여했으며, 박근혜 정부에선 장관직인 국무조정실장을 지냈습니다. 공직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선배’, 기자들로부터도 ‘가장 존경받는 관료’로 통했죠. 공직의 정점에서 돌연 사의를 표하고 2015년부터 총장으로 몸을 담았던 아주대에서도 학생들의 신임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과거엔 교육을 통해 계층 이동이 가능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거꾸로 교육이 부와 지위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한 것 같다”는 평소 갖고 있던 소신에 따라 2가지 지원 제도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첫째,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생들에게 해외 대학에서 4주간 언어 및 문화 집중 교육을 제공하는 ‘AFTER YOU 프로그램’, 둘째, 학업을 중단할 어려움에 놓인 학생들에게 생활비를 긴급 지원해 주는 ‘아주 희망 SOS’입니다.

 

김 부총리는 “아주대에서 시행하는 지원 제도는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하도록 사회적 이동성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이 프로그램 덕분에 2년간 238명이 해외 연수의 기회를 얻었고, 총 56명의 학생이 생활비를 지원받아 학업을 계속할 수 있었죠.

 

그래서 일까요. 김 부총리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내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주대에서는 난리가 났다고 합니다. 아주대 대나무숲에는 “자고 일어났더니 총장님이 사라졌어요” “우리 총장님 안 가신다고 했는데…” “저는 차마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ㅠㅠ” “기껏 뽑아줬더니 총장님을 ‘스틸’해 갔다”는 댓글이 수북이 쌓여 있습니다.

 

김 부총리에 대한 학생들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김 부총리는 지명된 후 아주대에서 가진 마지막 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어른들이 청년들에게 ‘나 때는 너희보다 더 어려웠어’라고 말하지만 이는 틀린 말입니다.”

기성세대가 지금 청년들의 어려움을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죠.

 

아무쪼록 김 부총리가 우리사회의 발전을 막고 있는 왜곡된 사회보상체계, 즉 킹핀을 멋지게 쓰려 뜨려주길 기대합니다.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든 승자독식의 약탈적인 경쟁도 볼링의 스트라이크처럼 멋지게 날려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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