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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브리핑 불편한진실] 다이소 소비자 보호? 골목상권 브레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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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소

 

[뉴스백/박성훈기자 ace@]

 

한때 1000원샵이 굉장히 인기였죠. 일본의 100엔샵의 성공으로 한국에서도 비슷한 사업체가 많이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한 브랜드가  사실상 시장을 평정했습니다. 다이소입니다. 전문가들은 다이소의 성공 비결에 대해 가격만 싼 게 아니라 품질도 나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읍니다. 즉 일반 천원샵은 가격만 쌌다는 것이죠.

 

저도 소모품을 살 때는 다이소를 종종 이용하는데 최근 다이소가 골목상권 브레이커 논란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1997년 1호점을 오픈한 이래 작년 기준 점포 수 1000개를 넘어섰습니다. 매장수로만 보면 이마트나 롯데마트조차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지난해 매출은 1조5000억원 대인데 올해는 2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1000원짜리, 2000원짜리 물건을 주로 파는 대체로 영세한 매장인 줄 알았는데 매출이 조단위라고 하니 놀랍죠?

 

그런데 문제는 다이소는 이마트와 달리 법적으로 대형 점포가 아니라서 인근의 상인들과 교류가 없어도 문을 열 수가 있습니다. 대형마트의 경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소상공인들과 충분히 협의를 거쳐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한 뒤에 오픈할 수 있습니다. 즉 다이소는 외형은 사실상 대형마트와 다름 없지만 법적 규제에서는 매우 자유롭다는 것이죠.

 

이에 얼마 전 한국문구공업협동조합 ·한국문구유통업협동조합 ·한국문구인연합회 등 문구관련 3개 단체는 전국 회원사를 대상으로 다음달 중순까지 다이소 피해 사례 조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다이소를 중소기업 적합 업종 규제 대상으로 지정해줄 것을 정부 당국에 요구할 것이라고 하네요. 다이소 가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문구도 문구지만 거의 모든 상품이 진열돼 있다는 점을 말이죠. 과자나 화장품도 파는데 과일, 채소, 생선, 고기만 있으면 얼추 이마트라고 해도 무방할 듯 합니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의 이익단체에서 다이소를 상대로 힘겨루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다이소가 8월 중순 경기 수원시 장안구에 3층 규모의 매장을 오프하기 위해 구청에 신고서를 냈다가 인근 상인들의 반발이 심해 허가가 보류됐습니다. 태양광발전 허가처럼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무시할 수 없는 구청에서 연장전을 만든 셈입니다. 연장전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됩니다.

 

그러면 다이소만 문제냐? 비슷한 게 또 있습니다. 가전 양판점 하이마트, 헬스&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이 그렇습니다. 이들 브랜드 역시 다이소처럼 규모나 브랜드 인지도는 대기업 못지 않지만 법적 규제를 받지 않습니다. 다이소가 소상공인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공정위는 지난달 다이소, 하이마트, 올리브영 등 전문점의 불공정거래 위반 여부 실태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갑질을 했는 지 여부를 조사하는 게 핵심입니다.

 

애청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다이소가 골목상권 브레이커하고 보시나요? 아니면 오히려 소비자의 권한을 보호하는 소비자 지킴이라고 판단하시나요. 민심은 아무래도 이 분야에서 종사하는 소상공인보다는 소비자에 가깝기 때문에 다이소를 옹호하는 쪽입니다. 다이소를 자주 이용하는 분들은 구체적인 숫자를 대면서 기존 소상공인의 이기심을 지적합니다. 소형 건전지 4개짜리 한 묶음 상품만 해도 다이소에서는 1000원, 편의점이나 대형 마트에서는 7000원을 받는다고 합니다. 치아 사이를 깨끗하게 닦을 수 있는 치간칫솔도 다이소는 1000원인데 일반 약국에서는 5000원이라는 것이죠.

 

건전지든 칫솔이든 비슷하다고 다 능사는 아니지 않느냐? 는 지적에 대비한 듯이 같은 상품을 예로 든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대표적인 게 BIC 볼펜입니다. 같은 볼펜의 가격을 비교했더니 다이소는 1000원, 대형마트는 1300원으로 최소 30%이상 싸다는 주장입니다. 심지어는 똑같은 물건인데 다이소에서는 5000원, 일반 소매점에서는 2만5000원인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다이소 애찬론자들의 또 다른 근거는 편리함입니다. 다이소는 대체적으로 쉽게 잘 보이고 큰 어려움 없이 갈 수 있는 곳에 위치합니다. 게다가 1000원짜리 제품을 사더라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습니다. 제품마다 가격표가 꼼꼼하게 붙어 있는 건 물론이고 영수증만 있으면 환불도 쉽습니다.

 

반면 일반 소매점은 일단 접근성이 떨어지고 신용카드를 내밀면 인상부터 쓴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심지어 한 소비자는 “전통시장에서 물건값을 물어보면 일단 검은 봉지에 제품을 넣은 다음 들이밀고 시작한다”며 좋지 않았던 기억을 꺼내기도 합니다. 가격표가 없는 제품이 많아서 그때그때 가격이 다른가하면 하자가 있어서 환불을 요구하면 현대차도 아닌데 소비자 과실을 주장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메시지는 실용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금 말씀드릴 부분은 매우 감정적이면서 형이상학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소비자 보호론입니다. 소상공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대기업이 비슷한 사업을 할 경우 방패를 지급받아 보호할 수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나몰라라한다는 겁니다. 다이소가 들어오기 전에 건전지를 5000원 주고 샀는데 다이소가 들어오면 1000원에 해결할 수 있는 상권과 소비자가 있다면 그는 누구를 지지할까요?

 

다이소에도 이마트에 하고 있는 유통법을 적용하면 건전지를 5000원에 파는 지역 소상공인의 지갑은 그대로 유지가 되겠지만 이곳에 사는 대수의 소비자들은 매번 4000원의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합니다. 소수의 소상공인의 권리, 다수의 소비자 권리가 충돌합니다. 제가 다이소에 대한 멘트를 요청한 분은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썼습니다.

 

“다이소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는 얘기는 그만큼 기존 소상공인들이 소비자를 금전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게 했다는 증거 아니냐. 다이소가 잘된다고 하면 반성을 하면서 차별화된 영업을 해야지 ‘여긴 우리 구역이니 너희들은 오지 마라’ 이것과 다를 게 뭐냐! 게다가 다이소에서 파는 물건 대부분은 영세사업장이나 중소기업에서 만든 것이다.”

 

자 그럼 다이소도 이마트처럼 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해서 따로 관리를 해야한다는 근거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핵심은 규모의 경제입니다. 다이소처럼 전국에 1000개가 넘는 매장이 있으면 물건을 매우 싸게 가져올 수 있습니다. 짜장면 두 그릇 시키면 군만두 서비스가 나오지 않지만 5그릇 이상 시키면 따라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이 팔면 그만큼 생산에 드는 비용도 줄일 수 있고 마진도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골목에 있는 영세 상점들은 이런 구매력이 없습니다. 다이소보다 비싸게 물건을 들여올 수밖에 없고 결국 소비자들에게도 더 비싸게 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이 밀리면 도태되는 건 당연지사라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이런 분들에게 죽으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닙니까.

 

게다가 소비자들이 유념해야 할 게 있습니다. 다이소가 전국 매장이 2000개까지 늘어나고 더 싸고 품질이 좋은 물건들로 도배가 된다면 골목상권 사장님들은 줄도산을 하겠죠. 그럼 동네 문방구가 다 사라진다는 얘기인데 이때 다이소가 늘 해왔듯이 가성비 좋은 물건을 팔까요? 아님 슬쩍 가격을 조금씩 올릴까요? 얼마 전 큰 아이가 공책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마트에 갔는데 보통 5권정도 묶음으로 팔더라고요. 우리가 필요했던 건 2권정도인데…

 

결국 골목상권이 초토화되면 대형상점들의 횡포가 시작되고 이 횡포는 엄청난 수준으로 심해질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쌀농사를 짓는 농부들에게 직불금과 같은 정부 자금을 지원하는 이유도 비슷합니다. 지금이야 쌀이 밀가루보다 대접을 못받고 있지만 쌀을 재배하겠다는 농부가 하나도 없다면 이를 전량 수입해야 하는데 이때 쌀을 주는 국가에서 가격을 덤핑할까요? 바가지를 제대로 씌울까요? 

 

다이소의 소비자보호와 골목상권 침해 논쟁. 여러분은 어떤 쪽에 공감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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